여러분은 여행,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시는지요?^^
저는 안 좋아합니다.ㅋㅋ
너무 단호박인가요?^^
태어나서부터 대학교2학년이 될 때까지
이사도 다닌 적도 없었고 어디 돌아다니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인지
낯선 곳을, 그것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은
상상해본 적도, 실현해 본적도 없습니다.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희한한 것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지잖아요.ㅋㅋ
집에 있으라고 하니까
괜히 마음에도 없던 여행,
아니면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돌아다니고 싶은 거예요.ㅎㅎㅎ
여러분도 그러실 거라 믿습니다.ㅋ
하지만 실천에 옮기기에는 아직 무서워서
책으로 달래보고자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에 관한 9개의 글이 들어있는
산문집입니다.
살랑살랑 넘겨가며
여행을 하며 느꼈던 작가님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고요,
그동안 내가 했던 (아주 짧지만 ㅋ) 여행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었나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곤란한 상황에 처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때 아무 대가 없이
도움을 주는 현지인을 운 좋게 만날 때가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님도 여행지에서
낯선 이의 환대와 대접을 받은 후 그 환대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에 대해 적어놓으셨더라고요.
이런 환대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언젠가 읽은 여행기에서 나는 답을 발견했다.
저자는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그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황하는 그녀 대신 현지인 할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에게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김영하 작가님은 후에 공항에서 택시를 잡지
못하는 동남아시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여행자를 도와주면서 많은 여행지에서 받은
환대를 조금 갚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선한 영향력이 순환했네요~^^
여행을 하는 이유 중에는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내가 철저하게 아무도 아닌 게 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somebody에서 nobody가 되고 싶은 것이지요.
그래서일까요?
낯선 곳을 여행을 한다고 하면
왠지 과감한 옷을 고르게 되는 것이...?
아무도 나를 모르니까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이지 않으니까요.ㅎㅎ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요사이는 여행자인 것을
너무 티 내지 않고,
특정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현지인의 삶을 체험하는 여행법이
인기였다고 합니다.
(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지만요,ㅡㅜ)
김영하 작가와 부인은 서울에 있던
집을 팔고 여행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뉴욕으로 옮겨서
이년 반을 더 체류했다고 해요.
뉴욕에 체류하는 동안 그의 아내가
불쑥 이런 말을 작가에게
했다고 합니다.
"여행 가고 싶다 "
"지금도 여행 중이잖아"
아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진짜 여행 "
마치 꿈속에서 꾸는 꿈같은 것인가?
아니면, 꾸역꾸역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으며,
정말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말인가?
여행이 길어지면 생활처럼 느껴진다.
마찬가지로 충분한 안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생활도 유랑처럼 느껴진다.
작가분 아내의 말씀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돌아갈 곳도 없는 상황에서
뉴욕에서 2년 넘게 생활하다 보면
뉴욕은 생활이 되고 뉴욕 아닌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 되겠지요.
만약 서울에 집을 정리하지 않고
뉴욕 생활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래도 뉴욕이 생활이 된 느낌이었을까요?
길게 여행을 해볼 자신도, 시간도 없는
저의 궁금증입니다.ㅎㅎ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어나는 수많은 집안일과
아이와의 시간, 막힌 하수구를 뚫고,
삼시세끼 차려내야 하는 밥상에서
조금 떨어져 훌훌 여행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네요.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다시 나의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요.
또 묵묵히 견뎌내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은 왜 여행을 꿈꾸는가.
그것은 독자가 왜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가와 비슷할 것이다.
여행은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든다.
가만히 자기 집 소파에 드러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보는 게
돈도 안 들고 안전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안전하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거기서 우리 몸은 세상을 다시 느끼기 시작하고,
경험들은 연결되고 통합되며,
우리의 정신은 한껏 고양된다.
그렇게 고양된 정신으로 다시 어지러운
일상으로 복귀한다.
아니, 일상을 여행할 힘을 얻게 된다,라고도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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